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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동자만 양성하는 한국 대학(동아일보: AI시대, 대학은 '제2 백남준'을 키워야한다')

by 유노brain 2024.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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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eekly.donga.com/society/article/all/11/5155633/1

 

AI 시대, 대학은 ‘제2 백남준’을 키워야 한다

10년 전부터 한국 대학들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단순히 학령인구 감소나 대학 정원 축소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들은 표면적 징후일 뿐이다. 대학 본질이 훼손되…

weekly.donga.com

김재준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의

주간동아 AI시대, 대학은 '제2백남준'을 키워야한다를

읽고 작성한 칼럼입니다.

 

학문적 깊이보다는 취업을 우선시 하는 한국 대학 학생도 문제

 

필자는 지방국립대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서 이번 칼럼에 깊이 공감한다. 대학(大學)의 의미는 '큰 대'와 '배울 학'으로, 많은 것을 배워 깊이 있는 학문을 쌓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은 대학이 학문을 위한 공간인지, 단지 좋은 학점을 받아 취업을 하기 위한 곳인지 헷갈릴 정도다. 학교에서는 깊이 있는 학문보다는 취업 준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학교 자랑 현수막만 봐도 "취업률 1위" 등 취업 관련 내용이 대부분이다.

물론, 취업을 중시하는 대학의 태도도 문제지만, 이러한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 친구가 A학과에 재학 중인데 복수전공으로 B학과를 하고 싶어 하면서도 학점이 낮아질까 봐 망설이고 있었다. 공부할 기회를 학점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대학생이라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취업을 위해서 대학에 다니는 것이라면,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요즘 국비 교육 프로그램도 잘 되어 있어 대학을 다니지 않고도 취업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 하지만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은 단순히 취업이 목적이 아니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깊이 있게 배워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이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며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점은 공부 과정에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점검하는 도구일 뿐, 취업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대학은 학생들이 학문적 깊이를 추구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물론 현실적인 취업 준비도 중요하지만, 대학생들은 학문적 깊이를 간과하지 않으며 왜 공부 하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방식의 교양 수업

AI 시대에 중요한 수업은 무엇일까?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나 코딩이 떠오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AI 시대에서 중요한 수업이 교양 수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양 수업은 전공 외의 인문학, 철학, 논리학 등을 포함하며, 이러한 수업은 우리에게 깊이 있는 사고를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AI와 IT 분야의 최고 경영자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AI 시대에 컴퓨터 공학보다 생물학을 공부했을 것이라 말하며, 학문 간 융합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는 AI가 발전하면서 코딩 능력 자체는 중요성이 낮아질 수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실제로 생성형 AI인 ChatGPT나 Gennie를 보면, 사용자가 직접 코딩하지 않아도 질문만으로 원하는 코드를 생성할 수 있다. 이는 미래에 코딩 기술보다는 논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증거다. 하지만 현재 대학에서 제공하는 교양 수업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철학과 같은 교양 수업의 경우, 과거 철학자의 사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고, 다른 학생들과 토론하며 사고의 깊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50명 넘는 학생들이 한 강의실에 모여 철학자의 주장을 암기하고 시험을 치르는 것이 전부다. 왜 그 철학자가 그러한 사상을 갖게 되었는지, 시대적 배경은 어떠했는지, 학생들 간 토론을 통해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수업은 거의 없다.

필자는 교양 수업에서 교수님께 책에서 다른 해석을 본 적이 있다고 물었더니, "책을 한 권 읽은 사람이 읽지 않은 사람보다 더 무섭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는 수업이 교수의 주장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보수적 암기 과목이 되어버렸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학생이 교양 수업에 열정을 갖고 참여할 수 있을까? 그 결과, 많은 학생들이 출석을 부른 후 수업을 떠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대학 교양 수업은 단순한 암기 수업이 아닌, 토론과 논쟁을 통해 사고력을 기르는 수업으로 변화해야 한다.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교류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필요하다. 교수 또한 다양한 해석을 수용하고,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장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AI 시대에 진정한 의미의 교양을 갖춘 인재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학문적 깊이보다는 연구실적을 우선시하는 대학

최근 정부가 들어서면서 R&D 예산이 감소하고, 그에 따라 연구 실적이 나오지 않는 분야에 대한 연구비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특히, 몇 년간 지속되어 온 연구조차 연구비 부족으로 중단되거나, 오랫동안 진행해야 하는 연구는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해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한 국립대의 경우, 몇 년간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대학 자체의 재정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학은 정부의 연구 과제를 따내기 위해 무리하게 연구를 진행하거나, 교수들은 자신의 학문적 탐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연구비 확보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학문적 깊이를 추구하는 대신, 단기적인 성과와 연구 실적을 우선시하는 현실 속에서 대학의 본래 역할은 퇴색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장기적인 연구보다는 빠른 결과를 내야 하는 과제에 몰두하게 되고, 학문적 깊이보다는 연구 실적이 중시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대학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R&D 예산을 단기 성과가 아닌 장기적 학문 발전을 위해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연구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심사를 깊이 탐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국립대의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등록금 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나, 외부 재정 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학문적 깊이를 중시하는 곳이어야 한다. 연구자들이 경제적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학문적 탐구에 몰두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학문적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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